[칼럼] ESG 경영 성공 조건은 조직 내재화
한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자발적 동기보다는 비재무공시 의무화 또는 발주사의 직접적 요구 등 규제 환경에 기인한 압력이 핵심적 추진 동인이다. 이는 기업이 ESG 경영을 장기적 목표 수립 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보다는 가시적 필수 성과를 중심으로 단기적 성취를 얻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최고경영자가 ESG 경영을 사회적으로 선포하고 이사회 내 ESG 위원회도 설치한 기업에서 ESG 관련 리스크가 발생하면 기업은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장의 큰 변화에 따라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리더들은 혁신적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ESG 경영을 선언하게 된다. 이 경우, 대부분의 하부조직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ESG 경영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ESG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존 코터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기업이 조직 내 변화를 이끄는 과정을 변화 준비, 변화 추진, 변화 정착 단계로 구분한다. 최근 한국 기업의 ESG 경영은 CEO의 선언과 함께 혁신적이고 속도감 있는 변화로 시작하는 것이 관찰된다. 이사회 산하에 ESG 경영위원회를 구성한 후 변화를 주도할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그 조직을 주축으로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한다.
CEO가 선언한 ESG 경영이 성공적 결실을 보려면, ESG 경영과 변화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조직 내 비전과 전략을 통합해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 나가보면 ESG 경영 전담팀과 실행 부서 간 이해도와 온도 차가 적지 않음을 느낀다. 현업 부서가 전사적 내부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이유와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부서가 담당하는 이슈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ESG 경영은 기존 가치사슬을 ESG 렌즈로 들여다보고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사적 내재화를 위해 조직을 통합해나가지 못하면 궁극적 체질 개선을 할 수 없다. 최근 자사의 ESG 중요 이슈에 대해 CEO가 주재하는 임원급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다. ESG 관련 정책 수립, 과제 수행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이러한 협의체는 조직 변화에 가속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때 경영진은 ESG 경영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고 하부조직의 변화를 유도하도록 장애 요소를 발굴해 제거해야 한다. 경영진이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변화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시작이라면, 조직 전반에 걸친 폭넓은 경영시스템적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ESG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변화 관리의 종착지다.
▼기사원문▼
[정세우 THE CSR 대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트렌드 분석 시리즈
① 확 달라진 ESG 보고서…46.7%가 스코프3 배출량 공개